정균화/ 주필 교수 회장
정균화/ 주필 교수 회장

[서울복지신문] “우르릉, 우우워워푸흐, 끼익, 쉭쉭, 아아우우우르르, 으르렁, 칙칙, 피투우우……언어 밖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를 찾아서” 깊은 밤 홀로 깨어 창밖을 보고 있거나 삑삑 소리를 내며 온몸을 흔들고 자고 있을 때, 또 좋아하던 먹이를 먹지 않고 산책을 거부할 때, 예고 없이 하악 소리를 내거나 특정 사람만 보면 짖어댈 때 그들의 머릿속과 마음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안타깝게도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완벽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강아지’와 ‘고양이’여서가 아니다.

사실 사람들끼리도 서로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우리는 종종 부모나 친구, 연인의 속내가 보이지 않아 관계 맺기가 어렵다고 말하지 않는가. 게다가 아랍어나 아프리카어처럼 우리에게 생소한 언어를 쓰는 사람과는 단 5분도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그러니 ‘언어’조차 쓰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알기란 애당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동물과 소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일까? 어떻게 하면 그들과 좀 더 건강하고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소리와 몸짓, 저자 칼 사피나]에서 동물들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결과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줬다. 코끼리가 사는 ‘케냐 암보셀리’공원의 열악한 자연, 인간에 의한 비극을 경험한 채 살아가는 늑대들이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 범고래가 헤엄치는 북서부 태평양의 수정 같은 물속으로 안내했다.

여기에 동물들 곁에서 그들의 작은 소리와 몸짓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해온 연구자들이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까지 들려준다. 동물에게 보내왔던 우리의 어리석은 사랑 방식과 오해를 깨달으며, 세계를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갖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동물 관찰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물이 인간과 얼마나 유사한 행동을 하는지 찾으려고 애썼다.

실제로 동물들은 끊임없이 소리와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과 인지한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같은 그룹 안에서 의견을 모아야 할 때나 위험 신호를 알려야 할 때,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할 때 그들은 소리 내고 움직인다. 심지어 곁에서 자신들을 돌봐주거나 관찰하는 인간들에게도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며 감정을 표현하는데 우리가 그중 일부밖에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코끼리가 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는 소리와, 늑대의 울음소리, 범고래가 갖고 있는 자기만의 휘파람 소리 등에 귀 기울이며 그것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가 동물을 만나고 기록하는 방식에 있어 무엇보다 뛰어난 점은, 동물들을 種 단위로 묶기보다 한 마리씩 바라보고 개별적으로 서술했다. 저자가 만나온 동물들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자연 속에는 인간 외의 다양한 생물종이 함께하고 있으며 자연 속 생명체들은 서로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오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은 동물들에게도 ‘마음’이 작동하며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느끼고 아파하고 기뻐한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자연 속에는 인간 외에도 다양한 생물 종이 함께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나도 쉽게 잊고 산다는 것이다. 실제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69년 동안 늑대를 인위적으로 늑대를 없앤 적이 있었다. 그러자 늑대의 주 사냥감이었던 엘크가 급증했고, 비버가 먹을 수 있는 것이 줄었으며, 결국 물고기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자연 속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기에 어떤 존재가 겪은 기쁨이나 고통은 다른 존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우리나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유기된 반려동물은 8만2천82마리다. 비공식적으로는 3~5배 이상은 더 많을 것이다.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공존해야 할 생명으로 존중하지 않는 이상 무분별한 동물학대와 생명경시의 관행은 경고하고 근절 되어야한다. 말 못하는 약한 동물에게 자신의 화를 풀기위한 샌드백 역할심리는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한다. 하루에 2~300마리의 유기견이 버려지는 무책임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다행히 지난 3월2일 국회 본회의 통과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확정되었다.

“국가의 훌륭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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