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생명을 구한 서상원 씨
꺼져가는 생명을 구한 서상원 씨

[서울복지신문=우미자 기자] 싱가폴에서 심폐소생술로 한 중국 여성의 생명을 구한 사례가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한 IT기업에 근무하는 서상원 씨는 해외 출장 중, 수영장에 빠져 의식을 잃은 한 중국 여성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해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여느 회사원이지만, 대한적십자사 응급처치법 강사로 활동하며 즉각적이고 정확한 응급처치법의 중요성을 몸소 익히고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했다.

지난 7월 27일 아침, 서상원 씨가 접한 상황은 긴급했다. 근무하던 IT회사 출장으로 싱가폴의 한 호텔 로비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서 씨는 아침부터 큰 소리를 들었다. 한 남성이 “Emergency!(응급상황!)”를 외치며 로비 안내 데스크에 긴급지원을 요청해온 것. 긴급함을 느낀 서 씨가 뛰어 사건이 발생한 호텔 야외 수영장에 도착했을 때는 3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Liu Fang 씨)이 물 밖으로 구조돼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한 외국인 남성이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었다.

수영장에서 구조된 여성은 얼굴이 검게 변해가고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당시 응급처치에 나선 남성은 명치 부근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어 더욱 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 씨는 즉각적으로 본인이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본인이 자세를 잡고 정확한 위치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흉부를 압박하자, 인공호흡을 시도하기 전에 여성이 호흡을 시작했다. 서 씨는 여성을 회복자세로 옮겨놓고, 즉시 응급신고에 나섰다.

이후 이 중국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곧 일반병실로 옮겨 점차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 8월 3일, 여성의 오빠가 서 씨의 연락처를 알아내 감사하다며 이메일과 여성의 사진을 보내왔다. 3일부터 11일까지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동생의 생명을 구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병원 의사가 정확하고 신속한 CPR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 덕분에 무사히 귀국한다는 얘기가 담겨있었다.

좌절 딛고 재기 성공한 응급처치법 강사 서상원 씨의 도전기

응급처치법 강사로 활동하며 매 강의에서 서 씨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무엇보다도 응급상황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합니다.” 신고접수부터 응급처치법 실시까지 단2분도 걸리지 않았던 신속한 대처에 대해서도 서 씨는 신속한 대처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강조했다.

서 씨가 강의에서 항상 강조하는 ‘용기’는 서 씨가 응급처치법 강사로 활동하며 얻은 특별한 자산이기도 하다. “삶에서 너무나 어려운 시기에 강사회 봉사활동으로 얻은 용기는 제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서 씨는 2008년부터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을 운영했으나 어려운 사업여건 탓에 실패를 맞게 됐다. 이후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도전해보고자 시작한 것이 대한적십자사 응급처치법 자격 취득이었다. 서 씨는 이후 응급처치법 강사 봉사활동을 통해 용기와 자부심을 얻었고, 이를 밑거름 삼아 삶에서의 의지를 찾고 현재 직장에 입사하게 됐다.

“응급처치법 강사로서의 봉사활동이 제 삶에서 다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서 씨는 현재 대한적십자사 응급처치법 강사회에 등록된 정식 강사로, 2014년에 응급처치법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응급처치법 강의 등을 통해 현재까지도 응급처치법 교육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급성심정지 연간 3만명 골든타임 내 응급처치법은 생존률 3배 더 높여

국내 급성 심장정지 환자 발생률이 증가함에 따라 초기대응인 응급처치법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병원 밖 급성 심정지 발생률은 2006년 인구 10만명당 39.3명에서 2015년 10만명당 44.2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심정지 발생 환자를 연간 3만 명으로 추산할 때, 하루에 약84명 이상이 심정지로 쓰러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확률은 국내 9% 이하로 해외와 비교시 매우 낮다. 지난 2016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병의원 기반 심폐소생술 확대 방안 소개’ 자료에 따르면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한 급성심장정지 환자를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 조치를 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했다. 일반인의 55%가 초동 조치를 하는 스웨덴이나 미국(30.8%), 일본(27%)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급성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 또한 2006년 2.3%, 2010년 3.3%에서 2015년 5.0%로 차츰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10%를 웃도는 선진국(미국 10.8% / 2014년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서 씨는 이번 싱가폴에서의 사례에서도 쓰러진 사람이 발견되면 주변 목격자들이 적극적으로 응급처치에 나서는 것을 보고, 국내의 상황과는 많이 다름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골든타임 내 심폐소생술이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약 3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심장정지가 발생하면 분당 생존 가능성이 7~10% 감소하고, 이 상태가 4~5분이 지속되면 뇌가 손상된다. 급성 심정지가 발생해도 체내에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산소가 남아있는데, 이 산소량이 4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4분이 골든타임으로, 심정지 발생 후 10분 이상 지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119구급대가 도착하는 시간이 평균 10분 내외임을 감안하면, 골든타임 내의 심폐소생술 실시는 환자의 사망위험과 뇌 손상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대한적십자사, 응급처치법 교육 제공

보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안전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는 개인, 공공기관, 기업 등 단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안전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한적십자사는 서 씨가 활동하고 있는 응급처치법 강사회와 함께 공공기관, 학교, 기업 등을 방문해 ‘찾아가는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일반과정부터 전문과정, 강사과정까지 3단계로 구성되며, 만16세 이상의 일반인이면 누구든지 신청 가능하다. 신청은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www.redcross.or.kr)에서 가능하며, 교육 이수 시 대한적십자사 회장 명의의 심폐소생술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신청문의 : 02-2181-3105)

응급처치법 실습 교육 중인 서상원 강사
응급처치법 실습 교육 중인 서상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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