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창작자 A씨가 양모펠트 워크숍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
발달장애 창작자 A씨가 양모펠트 워크숍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김예림 사회복지사는 4년째 발달장애청년의 창작 예술 공동체 ‘틈사이로’를 지원하고 있다. 성인기에 들어선 20대 초반의 발달장애인은 캘리그라피 수업을 시작으로 논리적 언어로 표현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언어’를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개연성과 우연성 자체가 예술이 되는 모습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창조적 가능성을 발견했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중 예술교과 프로그램이던 틈사이로는 현재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창작예술그룹으로 독립해 15명의 창작자와 캘리그라피, 그래픽디자인, 수공예작업에 이르는 예술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점차 활동 분야를 확장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의 예술 활동은 생산성이 없는 쓸모없는 일, 또는 치료나 여가정도로 한정돼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틈사이로와 같은 성인기 장애인은 취업을 이유로 예술 활동을 등한시 할 때가 많다.

한국장애인개발원 ‘2016 장애연계통보’에 따르면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성인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1.4%로 낮다. 일자리 유형은 ‘단순노무’ 23.2%, ‘장치·기계조작과 조립’ 15.6% 순으로 수동적인 형태가 대부분이다. 근속기간도 월등히 짧고, 직종에도 일관성이 없어 경력으로 인정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적절한 직종이 없다.

반면 예술에서 장애는 문제가 아닌 개성으로 발휘된다. 발달장애인의 예술적 가능성을 다룬 책 ‘스페셜 아트’에서는 ‘놀이와 같은 일, 일과 병행한 놀이’가 중증 장애인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 이후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예술성을 깨닫고 이를 높이 평가하고 전문적인 예술가로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이블아트(ableart)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당사자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사이의 교류도 활발하다. 나라 현에 있는 ‘민들레의 집’이라는 커뮤니티는 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장애예술가의 활동과 생활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안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아트서포터’로 활약한다.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좋은 점을 서로 끄집어내는 힘에 집중한다. 예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토양’을 기르면 장애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느긋하게 몰두할 수 있고, 사람과 커뮤니티는 보다 풍부해진다.

국내에서 이러한 예술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각 단체와 교류하는 단체는 ‘로사이드’가 유일하다. 로사이드는 장애인의 작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장애에 기인한 특별함이 아닌 존재 자체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에 발달장애창작자에 ‘플레이서포터’라고 칭하는 예술가를 매칭해 서로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매년 장애예술 작품 전시와 이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아트상품 판매가 이뤄지는 ‘잇-장’이라는 행사를 개최해왔다. 지난 10월 말에도 ‘장애, 놀이와 예술, 일’이라는 세 영역을 하나로 잇는 커뮤니티 만들기를 주제로 전시와 포럼을 진행했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의 예술, 에이블 아트가 보다 발전하려면 당장의 수입이 나지 않는 예술, 창작활동도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의 수입을 중심으로 활동을 구성하기보다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기반을 마련해야한다. 또한 장애인을 도와야한다는 시혜적인 당위나 목적이 아닌 재미와 매력, 즐거움의 확산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한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활동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연구와 기업의 지원, 민간단체 사이의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발달장애청년 창작예술 단체 ‘틈사이로’의 이름은 척박한 틈사이로 뿌리 내리고 꽃피우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창작자들은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장애보다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먼저 봐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생산적이지 못하단 이유로 배척당하는 발달장애인의 싱그러운 창의력에 사회가 지지하며 물을 준다면, 척박하고 불평등한 사회의 틈 사이에서 놀이하듯 일하는 그들의 재능을 활짝 피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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