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시간> 권순왕 作
<가려진 시간> 권순왕 作

[서울복지신문]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북한 동시 입장을 볼듯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북한병사가 목숨을 걸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쪽으로 넘어오다 총격을 받는 장면이 고스란이 미디어어 나오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북한병사의 추측성 보도와 함께, 그후 사경을 헤매다 이종국 교수의 치료를 받고 깨어나는 뉴스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김신조 간첩사건, 금강산관광객 피격사간, 연평 해전 등은 어느새 흘러간 옛일처럼​ 되었지만 새로운 사건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북한의 태도는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이제 북한의 핵보유로 어떤 상황도 북한이 마음만 먹는다면 북한의 의도대로 되간다는 자조적인 관념을 심어주기 까지 한다. 남북 화해분위기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언제까지 북한 지도자의 한마디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질이 됐다가 풀려나는 신세가 반복되니 앞으로의 한국의 미래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위 작품 '가려진 시간'은 지난해 북한을 탈출한 병사가 차량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재현한 것이다. 이 장면은 CCTV로 기록된 것으로 미디어로 재연 됐을 때 지극히 낭만적으로 보였다. 이것은 극도로 짧은 시간 동안 느끼는 개인의 자유충동 시간이며 정치적인 시간이다.

얼마나 굳은 결심을 하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헤아리며 남한으로 탈출을 감행했을까. 이 시간은 아마도 그가 느낀 가장 느린 시간일 것이다. 목숨을 걸고 독일 베를린 장벽을 넘었던 동독 사람들의 시간이 떠오른다. 그들의 목숨 건 시간들은 수십 년 이 흘러 독일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 국가로 가는 새로운 시간을 만들었다. 개인은 자유의 영원한 시간을 원했기 때문에 그 짧은 물리적 시간 동안 죽음의 시간을 가졌다. 근대국가 이후 민족은 무엇이며 국가 안의 개인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 속에는 새로운 시간이 존재한다. 무한이 자유롭고 싶고 국가를 벗어나 살아 보려고 한들 국가의 시간을 떠나서 유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근대국가 이후 개인은 국가의 통제를 엄격히 받아왔다. 북한에서 넘어온 병사의 개인적인 사정이야 있겠지만 우리는 그가 자유를 향해 넘어 온 것이라 믿는다.​

어찌됐건 공동경비 구역을 넘어 그 나라가 싫어서 도망치는 자국민에게 총질을 해대는 그들은 분명 이상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민족이란 말로 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시간을 통제하지 않고 개인의 관념을 자유의 사상에 입각하여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더 이상 민족주의를 부추겨 개인의 사상이나 시간이 죽음으로 던져져선 안 된다.  언젠가 군사분계선은 옛추억이 되고 공동경비구역은 “자유의 시간”이 허용된 대한통일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익대 미술대학 초빙교수 권순왕 Ph.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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