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은 정말 재밌다. 문예창작학과에 관심이 생길 정도다
글쓰기 수업은 정말 재밌다. 문예창작학과에 관심이 생길 정도다

[서울복지신문] 특성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선취업 후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로 고등학교 졸업 후 인천공항에서 일하게 되었고, 현재 6년차다. 일을 하면서도 진학을 위한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러나 적절한 때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직장이 인천공항이다 보니 물리적으로 거리가 발목을 잡았다. 어떤 학교와도 멀었고 이동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와 같은 조건을 살펴보니 재직자 전형으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그때 진학을 포기해야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다 우연히 명지대학교 입학전형을 접하게 됐다. 이후 명지대학교에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알아보다보니, 물리적인 거리는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공항철도를 타면 이동이 수월하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었을 때처럼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일도 학업도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사회복지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다. 나의 꿈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이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사회복지는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설명해주려 했다. 그러나 나는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만족스럽다.

성실하게 타인을 배우는 일

아직 1학년이라 교양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고 있다. 그 중에 글쓰기 수업은 정말 재밌다. 문예창작학과에 관심이 생길 정도다. 원래도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글 쓰는 것도 좋아했다. 심지어 글쓰기에는 나름 자신 있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글 쓰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그래서 더 재밌는 것 같다. 내가 몰랐던 문법들을 배우는 게 재밌다.  
2학년이 되면 전공과목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은 교수세미나 시간에 전공과목 교수님들을 만난다. 세심하게 신경써주시는 모습에서 타인을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참 좋으신 분들이다.

학우들은 정말 착하다. 나 자신이야말로 공동체 생활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자부했었는데, 이곳에 오니 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다들 마음씨가 곱다. 배려가 몸에 배여 있다. 모두 학교의 크고 작은 행사에도 솔선수범한다. 특히나 과대표 언니는 봉사도 하시고 일도 열심히 하신다. 소문이 자자하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건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것 외에도 많다. 예를 들어 삶의 태도 같은 것. 예전의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 가치 있는 것들만 보려하고 또 선택하려 했었는데,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고 주변의 기분을 살피는 일을 먼저 하려한다.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구겨진 마음을 펴는 시간

사람들을 만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나에겐 사람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해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거절하는 일이 많아졌고, 미안하다는 말도 많이 하게 됐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미안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주변사람들에게 처음과 같은 사랑을 베풀면서, 일도 학업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지금의 과정도 분명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단단해져야 하는 법이니까. 지금은 그런 과정을 건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과 학교를 오가듯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구겨진 마음을 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엔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사람도 일도 학업도 모두 챙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혹시나 나처럼 도전을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그랬다. 스물셋, 스물넷이 되었을 땐, ‘아직 진학하지 못했으면, 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하고 자주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적절한 때라는 것이 조급해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매 순간마다 주어진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적절한 타이밍이 왔을 때, 과감히 낚아챌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타이밍이 왔을 때 과감히 낚아챌 용기만 있으면 고민은 해결된다
적절한 타이밍이 왔을 때 과감히 낚아챌 용기만 있으면 고민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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