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태 본지 회장·서울중앙에셋(주)대표
노경태 본지 회장·서울중앙에셋(주)대표

[서울복지신문]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은평평화공원’에는 아주 특별한 조형물이 있다. 바로 6.25전쟁 첫 해인 1950년 9월, 서울수복작전에 참전한 ‘윌리엄 해밀턴 쇼’의 동상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을 찾은 선교사 ‘윌리엄 얼 쇼’의 외아들로 태어나 평양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 순조롭게 가정도 이뤘다. 남 부럽지 않게 살던 그에게 6.25 한국 전쟁 소식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됐다. 아내와 어린 두 아이는 처가에 맡긴 채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인천상륙작전에 자원했다. 

한국어에 능통했던 쇼 대위는 맥아더 장군을 보좌하며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 먼 훗날 함께 수행한 이성호 해군 중령(제5대 해군참모총장 역임)은 그와 나눈 대화를 공개하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충성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내 조국에 전쟁이 났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공부만 하고 있겠는가. 조국에 평화가 온 다음에 공부를 해도 늦지 않다.”, “지금 한국인들이 전쟁으로 고통당하고 있는데 제가 이들을 돕지 않고 전쟁이 끝난 뒤 평화가 찾아왔을 때 돌아가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쇼 대위는 인천상륙작전이 끝난 뒤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았다. 서울수복작전에 참여했고 은평구 녹번동 근처를 수색하던 중 기관총으로 무장한 북한군의 공격을 받아 꽃다운 나이 28세에 한국 땅에서 목숨을 거뒀다. 그리고 그가 전사하고 일주일 후 UN군은 서울 탈환에 성공한다.

한국 정부는 1956년 그가 전사한 자리에 추모비를 세우고 서울 합정동 양화진 선교사 묘원에 안장했다. 쇼 대위의 묘비에는 ‘사람이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라는 요한복음 15장 13절의 성경 구절을 새겼다.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윌리엄 쇼 대위를 포함해 나라를 지킨 모든 영웅들에 대한 희생정신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조국을 지키고자 목숨까지 내놓은 이들에게 정치적 이념이나 국적 따위가 중요할리 없지 않나. 그저 지키고자 하는 뜨거운 마음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날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상대의 존재와 가치는 인정하지 않고 내 이익만을 우선하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나라를 이끄는 이들은 좌파니 우파니 편을 갈라 싸우고, 생존을 위협할 만큼 경제는 붕괴상태다. 젊은 청춘들이 갈 곳을 잃고 출산포기, 결혼포기, 취업포기를 외치고 있다. 매주 길거리에는 “이게 나라냐”는 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이며 싸우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충성을 기리기 위한 현충일이다. 부디 오늘만큼이라도 조국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뜻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겠다.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나 북한에 맞서 싸운 국군에게는 좌우가 없었고 나 혼자 살겠다는 이기심도 없었다. 숭고한 그 정신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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