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신문=김한울 기자]올 한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가족 단위의 자살 사건은 약 8건(△11월 2일 성북동 네 모녀 △10월 제주도 부부와 초등학생 두 아들 △9월 대전의 40대 부부와 두 아이 △8월 경기 의왕 70대 부부와 40대 딸 두 자녀 △7월 탈북민 모자 △5월 의정부 50대 부부와 딸 △5월 경기 시흥 30대 부부와 두 자녀)이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이들이 복지사각지대에서 허덕이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정부와 배치될 만큼 대한민국 사회복지의 현실은 너무도 춥고 아프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까지의 유형을 살펴보면 채무와 사업실패 등에 의한 생계 비관과 복지소외계층으로 국가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행한 죽음 앞에 국가는 책임 전가, 남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복지의 구멍을 찾아 메우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참 된 의지를 보여야 마땅하다.
잇따른 취약계층 생계비관형 집단 자살로 현재 대한민국은 너무 아프다
잇따른 취약계층 생계비관형 집단 자살로 현재 대한민국은 너무 아프다

지난 2일 발생한 성북동 네 모녀의 죽음에 1차 부검 결과는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참담하다 못해 가슴 아프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비탄의 소리가 잦은 것도 그렇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불행한 사고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국민들

네 모녀가 살던 빌라는 방 3개의 제법 넓은 평수였고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려 죽은 것으로 보긴 힘들지 않느냐는 여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네 식구가 살만한 집을 3000만 원으로 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능력에 비해 과한 월세를 지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의 모습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과 맞물린다.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복지 소외계층에 준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형적인 극빈층은 아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신음하는 국민들은 점차 늘고 있는데 주무당국은 아직도 남 탓하기에만 급급하다. 복지 예산은 해가 다르게 증가하는데 높은 제도의 벽에 부딪혀 신음하는 국민들은 줄지 않는 현실이 참담하다.

네 모녀는 죽기 직전 건강보험료와 월세를 3개월가량 내지 못했고 우편함에는 신용정보 회사 등에서 보낸 고지서 또한 20여 통이 쌓여 있었다. 갖가지 독촉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추측할 수 있다. ‘70대 노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40대 세 딸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라는 안타까운 물음에 답 할 수 있는 이들은 여기 없다. 분명히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은 극단적인 선택을 앞두고 생계를 비관하며 괴로워했을 그들에게 국가는 안전장치가 되지 못했고 더 이상 현 복지 시스템이 포괄할 수 없는 대상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A씨는 “지난 6월 이혼을 하고 아이를 홀로 키우게 돼 구청에 ‘한 부모 가정’ 신청을 하러 갔는데 집도 없고 일자리도 변변치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제 명의의 자동차가 한 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했다”며 “먹고 살기가 힘들어 제 발로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차가 필요한데 자격 조건이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지만 현재 제도가 그렇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탄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복지제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다. 소득과 재산 중심의 자격 조건만 따져서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비율은 작년 말 현재 GDP 대비 84%로 신흥국 평균(30%)의 2.5배에 달한다. 조사 대상 신흥국 가운데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나라는 없다. 자영업자의 대출 비율도 상당하다. 그러나 복지제도에 부채는 누락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국민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정작 정부는 아직 남 탓만?

앞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관악구 봉천동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 또한 사회 안전망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 비극적인 사례로 기억된다. 한 씨 모자의 죽음 원인이 '극심한 생활고로 인한 아사'로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는 일각에서는 분통과 비통함이 터져 나왔다.

한 씨 모자가 국가로부터 받은 지원이라고는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아동양육수당 10만 원이 전부였고 죽기 직전 집에 남아 있는 음식이라고는 고춧가루뿐이었다. 얼마나 모진 삶을 살아왔는지 가늠하게 하는 상황이다.

해당 사건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한 씨가 아동양육수당을 신청할 때 다른 복지 제도를 안내 받지 못한 이유를 관악구청에 물었고 이에 구는 당시 업무량이 폭증했다는 구실을 댔다. 8월 19일 국회는 이 사건에 대해 다시 보건복지부에 물었고 복지부는 탈북자의 경우 통일부 중심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회피성 답변을 내놨다.

아울러 신청주의를 택하는 우리나라 복지 제도에도 문제가 크다. 당사자가 제도를 알지 못할 경우 지원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거나 노인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지자체는 홍보를 강화하고 힘쓴다고 하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고자 ‘찾아가는 동사무소’제도 등을 만들어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인력의 부재 등으로 일일이 관리할 수 없어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의 수급률은 인구의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약간씩의 제도 변화로는 현재의 문제에 대처하기에 역부족이라 국가의 대대적인 제도 변화와 보편적 복지를 위해 바로 잡을려는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