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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람나무 아래에서] 가난한 자는 제발 죽지마시라

기사승인 2019.11.07  16: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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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존립의 가치가 없다

   
▲ 노경태 본지 회장· SCA그룹 회장

[서울복지신문] 아, 가난한 자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우리 죽지 말고 싸우고 죽을 만큼 사랑하자. 가난한 우리는 가난하여 오직 삶밖에 없기에 사랑으로 손잡고 사랑으로 저항하고 죽을힘으로 싸우고 죽을힘으로 살아가자. 제발,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박노해 ‘가난한 자는 죽지 마라’ 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성북동 네 모녀 집단 자살 사건으로 연일 매스컴이 뜨겁습니다. 뉴스를 접하고 참담한 마음을 이루 가눌 수 없어 이른 아침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돌려 한적한 강가 앞 노트북을 펴고 앉습니다. 그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밀어 넣은 비관과 고뇌, 한숨이 남일 같이 않게 느껴졌기 때문일까요. 이를 생활고로 인한 개인의 비극이라고 하자니 국가의 존재 가치가 너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가 과연 존립의 이유가 있을까요. 제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같은 심정이리라 생각하고 위안을 받습니다. 두 번 다시 발생하지 말아야 할 사건이지만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생활고, 집단 가족 자살 등의 원인은 성북동 네 모녀에게만 해당하는 괴로움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4년 밀린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죄송합니다’라는 마지막 유서를 세상에 남긴 채 자살을 선택한 송파의 세 모녀 사건으로 정치인들과 지자체 단체장은 “복지 사각지대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관련 법 개정도 조속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성북동 네 모녀는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의 죽음 앞에 정부는 앞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내 조국, 나의 나라를 상대로 살인자라 손가락질 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과연 대한민국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점검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면모를 갖췄다며 자랑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저출산 1위 등 불명예스러운 그림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떠올려봤을 때 몇 달 전 봤던 ‘기생충’이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던 날 부유한 가족은 빗소리를 벗 삼아 집 앞 마당에 텐트를 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그러나 같은 날, 빈곤층이 모여 사는 동네의 서민들은 침수로 인해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된 보금자리에서 간신히 탈출해 구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됩니다. 대한민국의 빈부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음지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를 과연 국가가 개인의 능력 차라고 외면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사회에 장마가 끊이질 않는데 빗소리에 취해 정작 죽어가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요? 겉으로만 화려한 수치를 들먹이며 하위 20%의 서민들을 나몰라라하는 경제가 과연 지속 가능하다고 보는 걸까요? 국가를 상대로 묻고 싶습니다.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또한 그토록 자신 만만하게 호언했던 보편적 복지는 실현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국가는 더 이상 헛된 죽음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박노해 시인의 뜨거운 울부짖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자는 죽어서도, 국가가 잊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노경태 seoulbokji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서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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