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주필, 명예회장, 교수
정균화/ 주필, 명예회장, 교수

[서울복지신문] “진작 이렇게 바꾸었다면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이 훨씬 행복해졌을 텐데, 왜 그걸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습관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엄청난 압박이 주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익숙하고 편안한 트랙에서 벗어나려 들지 않는다. 잘못된 자기보호에서 벗어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은 중병에 걸린 경험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두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바꿔보려는 동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때로 우리는 인생의 고통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뒤에야 비로소 안전하고 익숙했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어떤 것에 자신을 내던진다. 우리는 누구나 자아를 상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적, 외적 관계를 차단하는 일을 반복한다. 자기보호는 어린 시절에 생겨나 성인이 되면서 점차 무의식에 자리하고 한 인간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막는 담이 되는데, ‘컴 클로저come closer 저자 일자 샌드’에서 바로 이것이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넌 너무 방어적이야”, “왜 이렇게 마음을 닫고 사니?” “넌 정말 곁을 안 주는 구나.”

우리 주변에는 이런 ‘방어적인’ 사람이 많다. 어쩌면 당신이 그런 사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 감당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다양한 ‘자기보호’를 발달시켜왔다.

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기도 하고, 큰 고통이나 슬픔을 의식에서 아예 지워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은 과거 한때는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기보호는 어린 시절 ‘생존기법’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자기보호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자기보호는 주의전환, 투사, 퇴행, 긍정의 과잉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는데, 놀라운 것은 어떤 순간에는 나를 망치던 자기보호가 반대로 어떤 순간에는 나를 구원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 비밀은 자기보호를 자각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저자는 이제껏 잘못 발달시켜온 자기보호를 허무는 방법도 알려준다.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자기보호가 허물어지는 실질적인 과정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게 돕는다. 그리하여 잘못된 자기보호를 허물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되면 어떤 경이로운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비뚤어진 행동으로 관계를 망치고 후회해본 사람이라면,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고 있다면, 친밀한 관계 속에서 충만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 속에서 온전히 존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보호를 직면하는 일은 고통스럽겠지만 더 성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되고, 이제껏 자기도 몰랐던 자신을 투명하게 보고 이해하게 된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향해서도 마음을 열 수 있고,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여 깊고 진정한 관계 속에서 충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저자 시애틀추장’의 연설문집이 떠오른다.

너의 가슴속에 죽음이 들어올 수 없는 삶을 살라.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해 논쟁하지 말고, 그들의 시각을 존중하라. 그리고 그들 역시 너의 시각을 존중하게 하라. 너의 삶을 사랑하고, 그 삶을 완전한 것으로 만들고, 너의 삶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만들라. 오래 살되,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에 목적을 두라. 이 세상을 떠나는 위대한 이별의 순간을 위해 고귀한 죽음의 노래를 준비하라. 낯선 사람일지라도 외딴 곳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면 한두 마디 인사를 나누라.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누구에게도 비굴 하게 굴지 말라.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침 햇빛에 감사하라. 네가 가진 생명과 힘에 대해, 네가 먹는 음식, 삶의 즐거움들에 대해 감사하라. 만약 네가 감사해야 할 아무런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너의 잘못이다.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비참하고, 괴롭고, 잔인하며 그리고 짧다"<토마스 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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