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 카누 선착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문예봉 회원들
의암호 카누 선착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문예봉 회원들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어둘 녘 산 중턱에 붉게 걸린 황혼을 뒤로 하고 춘천 가도를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 하루의 잔상이 꿈결같이 펼쳐졌다. 이른 아침부터 일정에 맞춰 온종일 바삐 다닌 만큼 피곤함이 밀려 들만도 한데 오히려 목마른 갈증은 여행의 끝이 아닌 시작처럼 삶의 패기와 열정을 지펴 올렸다. 이상했다. 고단하지 않은 그 힘의 근원은 뭘까.

4일 오전 7시 동국대학교 캠퍼스 내 만남의 장소에서 관광버스에 오른 동국대학교 APP(주임교수 남궁영훈)총동문회 '문화예술봉사회(회장 이충우)' 회원 35명은 번잡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춘천으로 향했다. 유창열 총동문회장, 이윤희 총동문 수석부회장(산악회장), 신수지 전 문예봉 회장, 손기수 총동문 기획위원장(골프회장), 남궁영훈 주임교수 등이 '문예봉 제22차 문화탐방' 춘천 여행을 함께 했다.

모처럼의 여유로움이 팍팍한 삶의 무게를 줄였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감동과 감사함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켰다. 그중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진솔한 감동은 어디에 비길 수 없었고, 그래서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문예봉 문화탐방을 도맡아 진행한 이충우 회장과 강기선 사무국장, 전소영 재무, 김대진 사무차장 등 집행부의 활동 하나하나는 섬김과 배려의 끝판 왕이랄 만큼 감동적이었다. 한복디자이너로, 화장품 대리점 대표로, 사회에서 보란 듯 쌓아 올린 직분들을 내려놓고 "자기들 집이라도 저렇게 잘 할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만큼 투철한 봉사 정신을 보여줬다. 행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수고했는가를 한 눈에 알게 했다. 과분하고 죄송스러웠다.

해설사로부터 김유정 작가의 일대기를 듣고 있는 모습
해설사로부터 김유정 작가의 일대기를 듣고 있는 모습

'봄봄'으로 대표되는 작가 김유정 선생의 일생이 어우러져 있는 ‘문학촌’ 탐방, 세계의 식물과 태고의 화석이 진열된 매머드 식물원 ‘강원도립화목원’을 둘러보는 내내 첫사랑을 찾은 연인의 설렘처럼 고즈넉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지친 일상에서 보석과도 같이 값있는 힐링이 바로 이것이구나!"라는 감탄이 연신 터져 나왔다.

의암호의 물살을 가르며 카누를 타고 있는 회원들
의암호의 물살을 가르며 카누를 타고 있는 회원들

문예봉 22기 정기 여행의 절정은 의암호수 물레길을 순회하는 '카누 타기‘였다. 인생 60을 훌쩍 넘기며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뻔했던 내 인생 최고의 스팩타클…. 그러기는 참여한 회원들도 거의 다가 공감하는 듯 해 보였다.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일은 기대감 이상의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 카누에 오르기까지는 그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타? 말아? 물에 빠져도 울지 말고 가만히 떠 있으면 구조해준다는데, 얼마나 무서울까? 혹시라도 구명조끼가 작동이 안 되면?…" 온갖 잡념이 뇌리를 스치면서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했다.

마침 그때 저만치서 물결을 가르며 귀환하는 카누에 올라타 신나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4,5학년 남짓 됐을까. 저 애들도 타는데….

그때 카누 ‘훈련 조교’가 "파트너와 어서 타십시오"라며 등을 가볍게 떠밀었다. 얼떨결에 카누에 오른 나는 오직 살아야한다는 일념에서 양다리를 벌려 몸의 중심을 잡고 설명해 준대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노를 저었다. 카누는 앞으로 쑥쑥 나갔고 정해진 구역 4Km의 반환점이 가까워질 때 쯤 몸이 가뿐해 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윽고 방향 설정도 마음대로 하며 주변의 절경을 둘러보는 둥 카누의 이색적인 낭만을 은근히 즐기게 됐다. 내 인생에서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카누 타기… 그리고 색다르게 맛본 점심메뉴 닭갈비와 저녁식사로 나온 막국수, 오가는 동안 마음을 사로잡은 신세계괸광버스 실장님의 풍성한 간식 등이 한날의 기쁨을 충만하게 했다.

문예봉 회원들이 강원도립회목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문예봉 회원들이 강원도립회목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특히나 문예봉 회원들 간의 '하나된 사랑'은 한 세상 살아오는 동안 쉽게 느낄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끝없는 감동을 연출한 찬란하면서도 귀한 가치였다. 그 어느 곳에서도, 동국대학교 APP 총동문회의 일원이 아니고서는 체험할 수 없는 문화예술봉사회가 그래서 더욱 보배롭고 영롱하게 마음 한복판을 수놓았다. 참 좋은 날이다.

참가자 : 이충우, 유창열, 장안순(특별게스트), 이윤희, 신수지, 손기수, 손종진, 한수한, 김영남, 박은숙, 변영수, 전민정, 김남희, 박정례, 김희원, 이명종, 유혜원, 이은남, 백윤호, 김희선, 신다겸, 최경자.이연희, 변미자, 김선규, 장경근, 유주경, 김종수, 김형희, 홍민아, 박정희, 강기선, 김대진, 전소영, 남궁영훈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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