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은 모두가 잠재적 장애를 지닌 만큼 정신장애인들을 기피하거나 기만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모두가 잠재적 장애를 지닌 만큼 정신장애인들을 기피하거나 기만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복지신문=장경근 기자]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한마음의 집'이 올해로 설립 20년째를 맞았다.

최동표 한마음의 집 원장은 1998년 2월 14일부터 서대문구 홍은동 산꼭대기에 2층집을 얻어서 장애인들을 섬기고 있다. 지금껏 한마음의 집을 거쳐 간 회원은 300여 명으로 현재는 10명의 정신장애인들이 머물고 있다.

최 원장은 정신장애인의 아버지로, 친구로 한평생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 자신은 열정과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나 좀 더 면밀히 따져보면 헌신적 사명과 사랑으로 이뤄온 아름다운 관계라는 것을 알게 한다.

최 원장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인권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다른 장애인들과 차별 없이 정신장애인도 복지 혜택을 누리고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과 사업을 펼쳤다. 최 원장이 정신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2013년부터 어려운 형편에 자금을 조달해서 다큐멘터리 영화 ‘만복아 약 먹자’, ‘꿈꾸다’, ‘청춘’, ‘옆집’ 등을 제작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옆집’은 2017년 10월28일 장애인영화제 폐막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최 원장은 "다른 사회복지나 일반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복지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쏟고 있지만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만큼은 무관심하다"며 "정신장애인을 언론이나 매스컴에서 부정적으로 다루는 측면도 있는데, 실제로 대다수의 정신장애인들은 약물치료만 꾸준히 한다면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고 직업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정신장애인들의 ‘회전문’화(化) 현상에서 벗어나야만 얼마 전 발생한 부산정신과 의사 피살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정신장애인들의 사회적 입원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탈병원화와 편견으로부터의 인식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아울러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약물관리와 직업재활, 인식개선프로그램 등을 통해 재활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이 사회에는 정신장애인이라는 편견이 엄연히 존재하다보니 허드렛일을 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구하기 힘든 처지다.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평생 약을 먹으면서 혈압과 당뇨를 정상수치로 조절하듯이 정신장애인도 규칙적으로 약을 먹으면 평생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며 정상인과 같이 살아갈 수 있다. 범죄를 일으키는 대다수의 경우는 병원에서 나와서 갈 곳이 없어 투약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장애인들이라는 지적이다.

최 원장의 인생에는 오직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한 시간밖에 없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마저 사랑하고 있다
최 원장의 인생에는 오직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한 시간밖에 없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마저 사랑하고 있다

최 원장은 “서울시에 직업재활시설이 7개 밖에 없어 수용인원이 100명 안팎이라 경기도까지 가서 일을 하는 장애인들이 있다”며 “직업재활시설의 부족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20년 동안 정신장애인에 대한 주거정책이 바뀌지 않고 활성화도 되지 않은 상태로 이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병원에서 퇴원한 정신장애인들이 시설에서 3~5년 동안 머물다가 나가게 되는데 임대주택 등 거주지가 없어 고시원 같은데서 기거하다가 다시 병원에 사회적 입원을 하는 ‘회전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단계별로 취직이나 재활을 시켜보지만 거주민과의 갈등으로 지역사회에 발 못 붙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원장은 구청이나 서울시에 끊임없이 정신장애인의 직업재활시설의 확충, 주거문제 등을 건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 인식개선과 함께 안정적 주거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원장은 “지난 20년 동안 내 인생, 내 가정은 없었다. 오직 정신장애인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해 왔다”며 “정신장애인들이 퇴소해서 평안히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이자 비전이며 그들과 함께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적합한 공간이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번 11월초 제작 완료되는 사회적 인식개선 영화 ‘한끗’을 내년 2월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7번째 제작된 영화이다. 특히 전문배우가 등장해 영화의 품격을 높인 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최동표 원장은 현재 서울특별시정신재활시설협회장 직을 겸하며 107개 시설과 함께 정신질환자들의 재활과 지역 정착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장애인 일수밖에 없습니다.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닐 듯 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장애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장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연약함이지요.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정신장애인들을 더 이상 기피하거나 기만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포용하고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며 더불어 삶을 설계하는 아름다운 날들을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서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