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리리 서대문구의회 의원, 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전) 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
양리리 서대문구의회 의원, 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전) 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

[서울복지신문] 이번 칼럼 주제가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장애인 이야기를 두 번 연속 써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문제를 쓰려고 했다. 그러다 글을 쓰기 위해 지난해 6월 ‘서대문구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지급 조례’ 개정토론회 자료집에 실린 청각, 시각, 지체장애여성들의 이야기들을 다시 읽어봤다. 다시 코끝이 찡해졌다. 토론회에서 나온 중요한 내용을, 꼭 전하고 싶은 장애인, 장애여성 이야기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육아를 하는 부모는 아이가 욕조에 변을 싸서 다시 씻긴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부모는 그럴 수 없다. 아이가 목욕도중 변을 싸도 알 수 없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변 상태를 보고 아이의 건강을 체크하는데, 시각장애인 엄마는 그럴 수 없다. 아이 변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대다가 소변 세례를 맞기도 하고, 입을 만져가며 밥을 먹이고, 첫째아이가 둘째 아이를 만질까봐 늘 동생을 업고 있어 형은 늘 울어 목이 쉰다. 너무나 작고 얇아 눈이 잘 보여도 긴장되는 아기 손톱 자르기가 시각장애엄마에게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큰일이다. 새로 이사 간 집을 찾지 못해 동네를 배회하면서 아이가 걱정할까봐 그냥 놀이중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여성의 육아경험담이다.

누구든 수술실은 차갑고 두렵다. 거기에 의료진으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다면 어떨까. 농인이 아닌 난청인들은 화자의 입술모양을 보고 말을 유추할 수 있는 구어도 사용한다. 하지만 의료진 입이 마스크로 가려진 수술실에서 구어는 의사소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청각장애여성 토론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글자로 상황을 설명해줄 것을 제안했다. 예산도 필요 없고 즉시 시행가능 한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고 생각해낼 수 없는 방법이다. 앞서 말한 서대문구 개정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이다.

정부의 양육서비스는 비장애여성들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오히려 직업과 소득이 있는 장애여성은 이중차별을 받는다
정부의 양육서비스는 비장애여성들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오히려 직업과 소득이 있는 장애여성은 이중차별을 받는다

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할 때 토론자로 산부인과의사를 모시고 싶었다. 지체장애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의학적으로 지체장애여성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는지 말해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인맥을 총 동원하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모시지 못했다. 이유는 단하나 지체장애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말해줄 전문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담했다. 그 많은 의사들 중 지체장애여성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의사가 없다. 이는 곧 사회적 관심 정도를 보여준 것이다. 지체장애여성 토론자의 출산기를 들으며 지체장애인이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나서 마음이 시렸다. 지체장애여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산부인과의사는 임신기간 내내 토론자를 힘들게 했다. 임신을 축복하기보다는 다른 선택을 제안했고, 불필요한 검사를 요구했으며, 환자를 안심시키고 지지하기보다는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지인이 있는 먼 지방으로 내려가 아이를 출산했다. 토론자는 직업을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직업이 있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정부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토론회에 서대문보건소 이준영 소장도 참가했는데, 토론회 직후 연대 세브란스병원에 위 내용을 공유하시고 개선을 요청했다. 현재 구립산후조리원이 공사 중인데, 장애여성들의 다양한 제안을 적극 반영하여 모든 여성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산후조리원을 만들고 있다. 지금은 티브이 뉴스나 각종 토론회에서 수어통역이 보편화 되어있다. 그러나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종합병원조차도 수어통역사가 정식으로 고용되어 배치되어있지 않다. 청각장애인들의 통증을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의료진의 의료용어를 이해하여 청각장애인들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의료수어통역사가 없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온 나라가 아이를 낳기를 장려하고 있다. 독박육아라 하면서 여성중심의 양육에 대한 문제제기도 활발히 진행되고 사회적 대안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여성의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이 크지 않다. 논외이다. 정부의 양육서비스는 비장애여성들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있다. 오히려 직업과 소득이 있는 장애여성은 이중차별을 받는다. 장애인의 자립과 여성의 자립을 말하면서 오히려 정부정책이 여성장애인의 자립을 막는다. 독립적으로 자립하여 살고 싶은 마음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다. 독립적으로 자립하여 살고 싶은 마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있다.

장애여성을 위한 임신과 출산 양육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서대문구가 앞장 설 수 있도록 나도 작은 힘을 보태려고 한다. 그 기준이 서울 전역으로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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