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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리리의 This is me ⓺ ‘전원일기’와 ‘정인이 사건’

기사승인 2021.01.26  07: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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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아동학대는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 행사한 폭력이다

   
▲ 양리리 서대문구의회 의원, 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서대문도서관친구들 대표

[서울복지신문] 최근 텔레비전을 보다 1980년대 농촌드라마인 전원일기를 보게 됐다. 향수를 느껴 잠깐 보다가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암탉들의 합창’이란 제목의 편이었는데, 보다 보니 ‘가정폭력’이 주제였다. 충격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길수아빠는 술만 먹으면 길수엄마를 때린다. 마을에서는 부녀회의가 열린다. 찬반논쟁 끝에 결국 길수엄마 일에 개입하기로 한다. 청년회와 노인회도 부녀회와 연대하기로 한다. 연대한 마을사람들은 길수아빠 논일을 돕지 않는다. 진흙에 빠진 경운기밀기 도움요청을 거부한다. 인사도 받지 않고 말도 섞지 않는다. 길수아빠가 깊이 반성하고, 아내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하고, 폭력재발방지약속을 하기 전까지 마을사람 모두 길수아빠를 거부하기로 한다.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은 마을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다. 이런 마을사람들의 연대를 강렬히 거부하던 길수아빠는 결국 마을 큰 어르신인 이장댁 고할머니에게 폭력행사중단을 약속하고 마을사람들의 보호아래 겨우 아내와 재회할 수 있게 된다. 마을사람들은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에게 긴급은신처를 제공하고 심리적 지지를 한다.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지우기보다 가해자를 제재한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아래 공동체의식을 갖고 연대하여 사회문화를 바꾸어나간다.

이미 30년 가까이 된 드라마이지만, 가정폭력 문제를 제법 명쾌하게 해결하고, 시사점을 주고 있다. 다른 의미로 ‘정인이 사건’이 떠올랐다. 췌장 절단, 쇄골 골절 · 우측대퇴골 골절 · 우측9번 늑골 골절 등 총 7회에 걸친 골절, 복강내 다수 출혈. 8개월 된 여자아이가 입양 9달 동안 겪은 일이다. 끔찍한 고통을 생각하면 16개월 만에 죽음에 이른게 다행스럽게 생각될 정도다. 죽음에 이르기 전 3번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 입안 상처를 본 소아과전문의가 3차로 신고했다. 아동보호기관은 다른 소아과에서 구내염진단을 받았다며 정인이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출동한 강서경찰서는 부모로부터 분리하지 않았다. 어린이집 교사가 온 몸 여기저기에 든 멍을 보고 지난해 5월 1차 신고를 했다. 지역아동보호기관은 양천경찰서에 의뢰했으나 “아이를 키우다보면 멍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내사종결 했다. 2차 신고는 지난 해 6월 홀로 차에 방치된 정인이를 발견해 주민이 신고하면서 이뤄졌다.

   
▲ 전원일기 '암탉들의 합창' 장면
   
▲ SBS-TV 뉴스 '정인이' 관련 일부장면

경찰도, 아동보호기관도, 적극적이고 책임성 있는 조사도,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사건 후 정치권에서는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7년 전 ‘이서현 보고서’를 나오게 한 충격적인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8살 서현이는 양모에게 맞아 24개 갈비뼈중 16개가 골절되어 사망했다. 계속되는 아동학대, 가정폭력은 보고서가 무색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전원일기 속 가정폭력은 남성과 여성 간의 젠더이슈가 아니다. 정인이의 죽음은 양부모와 입양아의 입양문제가 아니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모두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 행사한 ‘폭력’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못하고, 이야기하지만 들리지 않는 사람들만 당하는 일이다. 30년 전 드라마에서 보여준 공동체 해결 방식이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양리리 seoulbokji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서울복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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